아이들이 모국어를 잘 알아야 외국어를 잘 익힐 수 있다.
희한한 일이었다. 현지에서 외국어를 배우는데도 왜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처럼 읽기만 느는 것일까. 19세기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은 10개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, 나중에 독일 학교에서도 쓰인 슐리만 외국어 공부법은 “잘 쓴 글을 소리 내서 읽고 외워버리라”는 것이었다. 21세기에도 언어학자 스티븐 크라센이 “원서 읽기는 외국어를 배우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”이라는 말로 그 길을 넓혔다. 책 <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>와 <스피드 리딩>을 읽고 원서 읽기에 나섰다. 처음 독일어 공부를 할 때는 원서 100권 읽기가 유행이었는데 요즘엔 1천 권은 읽어야 원어민이 된다고들 한다.
하지만 읽기 위주의 영어 공부법 때문에 우리가 실제 쓰이는 영어를 하지 못하는 거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. <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시골 약사입니다>에서 저자는 영어와 한국어는 발성부터 다르다며 동네 아이들을 모아 원어민의 발성에 익숙해지고 따라 하도록 가르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키워낸 경험을 적었다. <데퍼리 송의 골반발성 영어>라는 책에서는 발성 위치를 바꾸라고 코치한다. 감기에 걸려 목이 팍 쉬어버릴 때 갑자기 독일 사람들이 내 말을 잘 알아듣는 것으로 봐서는 일리가 없지 않은 이야기인 듯한데 내 골반은 결국 소리를 내지 못했다.
